리움미술관에서 열린 피에르 위그 전시에 다녀왔다.
미디어 전시는 정말 오랜만이어서 조금은 설레는 기분이었고, 리움미술관에서 하는 전시여서 좀 더 기대가 됐다. 실제로 가보니 평일 오후에도 사람이 적지 않았던 걸 보면 피에르 위그 전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꽤 높은 것 같았다.
피에르 위그
1962년, 프랑스 파리 태생으로 설치미술과 미디어 퍼포먼스 작품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다. 설치미술, 비디오 아트, 생명 기반 작품 등 다장르 혼합 작업을 하는 그는 전통적인 장르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 있는 생물이나 데이터, 기계 등을 결합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살아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휘트니 비엔날레 등 세계적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피에르 위그 전시는 리움미술관의 블랙박스, 그라운드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데, 1층 공간은 굉장히, 굉장히 어둡다. 사전에 조도에 대한 안내를 받긴 했지만 커다란 영상 작품에서 나오는 빛을 만나기 전까지, 작품과 작품 사이의 길이 쉽지 않았다. 다만 그 어둠이 작품의 분위기와는 잘 어울리고 몰입도도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리미널>, <이디엄>, <카마타> 등의 신작과 그의 대표작인 <오프스프링>, <휴먼 마스크>, 수족관 작품 등 최근 10여 년 간 작가의 예술적 탐구를 조명하는 작품 12점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리미널 Liminal이었다. 이 영상 작품은 인공지능에 의해 센서와 조명, 영상과 사운드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관람객과 주변을 인식해 변화를 주는 작품이어서 독특한 느낌을 줬다. 다시 말해, 저장된 영상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영상 속 등장인물의 동작이 변화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상영되는 것이다. 영상 속 얼굴이 없는 인물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알 수 없는 묘하고 기이한 행위를 보여주는데, 계속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조금 고통스럽기도 하다. 영상이 끝이 없기 때문에 오래 보고 있진 않았는데 꽤나 강렬했는지 지금까지 계속 그 영상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 밖에도 오프스프링 Offspring, 카마타 Camata, 그리고 캄브리아기 대폭발 16 Cambrian Explosion 16 역시 흥미롭게 봤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약 5억 4천만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 당시에 출현한 생명체들을 관찰할 수 있는 작품이다. 처음엔 수족관에 떠 있는 돌만 보였지만 자세히 관찰하다 보니 돌 위를 걷는 화살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 리움미술관 피에르 위그 전이 단순히 보는 전시가 아니라 직접 찾아 관찰하고 감각을 발휘해야 하는 체험형 전시라고 느껴지는 이유이다. 전시 작품이 끊임없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한다거나 작품 주변을 맴돌며 관찰하는 행위가 일반적인 전시와는 조금 생소하고도 새로운 느낌이었다.
작품을 본 후에 비로소 작가 소개 글에 담긴 작가의 방식과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 > 지금 볼만한 전시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영하는 세계 Bed, Bath, Bus 세화미술관 무료 전시 후기 – 다양한 장르와 상상력 가득한 현실 너머의 이야기 (0) | 2025.05.09 |
---|---|
마음의 휴식을 위한 전시 추천|서울에서 즐기는 예술 힐링 전시 (0) | 2025.04.20 |
아놀드 뉴먼 전시 리뷰 | 한미미술관에서 만나는 전설적인 인물 사진 (0) | 2025.04.02 |
2025년 서울 전시 일정 추천|취향 따라 가봐야 할 미술관·전시회 리스트 (0) | 2025.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