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미술관에서 유영하는 세계 Bed, Bath, Bus 전시가 진행 중이다.
가족들과 함께 방문했는데, 요즘은 웬만한 전시를 보려면 인당 15000원 정도 하는 가운데 무료 전시여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고, 주차도 두 시간 무료로 지원돼서 접근성도 좋았다.
세화미술관에서의 전시는 처음이어서 사실 전시 구성에 대한 우려가 조금 있었는데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 약 45점 가량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영상, 사진, 설치, 회화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작가들은 현실과 비현실이 혼재된 세계를 배경으로 모호함과 상상력, 감각의 경계를 탐구하고 있었고, 전시장 곳곳에서 이런 주제의식이 확실히 느껴졌다. 영상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서 전체 관람 시간은 약 1시간 20분 정도.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관람객 수도 적당해서 궁금한 작품 앞에서 여유 있게 머무르며 감상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본 작품은 로르 프루보(Laure Prouvost)의 《매주 일요일, 할머니》였다.
영상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할머니가 새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유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입장했을 때는 영상 중반 정도를 지나고 있을 때였는데 금방 몰입할 수 있었고 재미있어서 시작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보고 나왔다.
보는 내내 마음이 시원해지는 기분,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감정에 딱 맞는 연출이었다.
로르 프루보 작가는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비디오와 설치, 퍼포먼스와 조각, 회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하는 작가인데, 이번 작업을 보고 나니 작가의 다른 작업들도 보고 싶어져서 작가의 바이오와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다. 이번 세화미술관의 전시를 통해 새로운 작가들을 알게 되어서 좋다.
그 밖에도 김명범 작가의 설치 작품들, 천경우 작가 사진 작품, 한선우 작가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한 명의 작가의 작업 연대기를 쭉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보며 다양한 시선을 느끼고, 더불어 나의 취향도 알 수 있는 단체 전시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요즘 서울에서 무료로 이 정도 규모의 전시를 경험하기 쉽지 않은데,
다양한 장르, 상상력을 자극하는 테마, 그리고 영상 작업이 포함된 현대미술 전시를 찾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전시다.
📍전시는 6월 29일 일요일까지 열리며 관람은 화-일요일, 10:00부터 18:00까지(입장 마감 17: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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