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가 생활을 위한 팁

전시를 계속하는 작가가 번아웃을 관리하는 방법

곰곰s 2026. 1. 31. 10:30

번아웃이 온 게 틀림없다. 얼마 전부터 작품에 대한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아니, 생각은 하지만 몸이 도저히 움직여지질 않는다.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어쩐지 스스로에게 시간을 조금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오늘은 번아웃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작품 활동을 하며 삶을 소진하는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사진: Unsplash 의 Sujin c

 

작품을 준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긴 호흡을 요구한다. 끊임없는 구상과 그것을 실체로 옮기는 것의 과정 안에서의 무한 반복과 실패와 한 번의 성공, 그러다 전시를 하게 되면 또 작업하고, 정리하고, 설치하고, 설명하고, 다시 다음 작업을 준비한다. 전시는 한 번으로 끝났지만 작가의 작업은 쉬지 않는다. 오히려 전시가 끝난 뒤에야 몸과 마음이 뒤처져 따라오는 경우도 많다.

번아웃은 단순히 너무 열심히 해서 오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열심히 하는 것을 멈추지 못해서, 혹은 멈춰도 괜찮다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주지 못해서 온다고 생각한다.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작가라면 특히 그렇다. 다음 일정, 다음 제안이 있기까지 혹은 이미 예정된 전시를 위해 다음 아이디어에 대해 늘 생각해야만 하고, 온갖 사건이나 감정을 끌어다 짓이겨가며 작품에 묻혀내기 위한 고독의 시간들을 보낸다.

그렇다면, 번아웃에 빠진 나를 어떻게 끄집어낼 수 있을까?


1. 작업과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번아웃이 심해질 때 가장 먼저 흐려지는 건 경계다. 작업이 곧 나 자신이 되고, 전시의 반응이 곧 내 가치처럼 느껴진다. 이 상태에서는 피로를 인지하기도, 불안감 때문에 휴식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작업은 내가 만든 것이지만, 나는 작업 그 자체는 아니다. 작업에 내 모든 것을 쏟아넣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쏟을 때와 빠져나올 때를 분리하라는 것이다.

이 문장을 자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온도가 한 단계 내려간다.


2. 비어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기

하나의 작업이나 전시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단순히 회복을 위한 시간이기보다는, 내가 왜 다시 만들고 싶은지 알아보기 위한 시간에 가깝다. 비우지 못하고 쌓기만 하면 다음 작업도 결국 하나의 작업의 연장선이 된다.


3.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시선을 돌리기

전시는 늘 결과 중심으로 평가된다. 완성도, 반응, 숫자, 기록. 하지만 작가 자신까지 그 기준에만 머물면 중심에서 벗어나기 쉽다. 번아웃을 관리한다는 건, '이번 전시가 성공적이었는가' 대신 '이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배웠는가'에 대한 물음에 집중하는 것에 가깝다.


4. 모든 전시에 같은 에너지를 쓰지 않기

모든 전시가 인생 전시일 필요는 없다. 어떤 전시는 실험이고, 어떤 전시는 연결이고, 어떤 전시는 생계다. 전시에 위계를 두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지속하기 위한 전략이다. 에너지를 나누어 쓰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오래 할수록 더 빨리 소진된다.


5. 번아웃을 실패로 해석하지 않기

번아웃은 '이 길이 틀렸다'는 신호가 아니라 지금의 방식이 나에게 맞지 않다는 알림에 가깝다. 전시를 계속한다는 건 결국, 자신의 리듬을 몇 번이고 수정해 나가는 일이다. 멈췄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만이 오래 작업할 수 있다. 전시를 계속하는 작가는 늘 무언가를 보여주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많이 스스로를 조율해야 하는 사람이다.


번아웃을 관리한다는 건 더 잘 버티는 법이 아니라, 더 오래 작업하기 위해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단시간에 뜨거워진 것은 빨리 식는다는 말이 있듯, 작가로서 오랜 시간 흐름을 유지하려면 멘탈 관리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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