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에디션과 작품가 정하는 법, 작가를 위한 실전 가이드
작품을 팔거나 공모전에 출품할 때, 늘 고민되는 게 있다.
바로 ‘에디션을 몇으로 해야 하지?’, ‘작품가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하는 문제다.
📌 에디션이란?
에디션(Edition)은 같은 이미지의 작품을 몇 점까지 제작·팔지를 한정하는 숫자다. 작가 본인이 정할 수 있으며, 판화나 사진, 디지털 작업 등 동일 작업을 계속해서 뽑아낼 수 있는 작품에 에디션 넘버가 붙는다.
표기는 1/5, 1/10 방식으로 한다.
예를 들어, 10/30이라고 적혀 있다면, 전체 30개 중 10번째 작품이라는 의미이며, 작품의 희소성과 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위에 언급한 장르의 작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에디션 넘버를 다수로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작가의 판단에 따라 단 한 점만 파는 것도 가능하고, 오픈 에디션으로 제한 없이 팔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작가가 각각의 선택에 따른 장단점을 두고 판단해 정하기 나름이다.
✍ 신진 작가의 작품가와 에디션
신진 작가라면 너무 높은 작품가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는데, 값이 높은 것이 컬렉터가 망설이게 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물론, 신진 작가 작품에 관심이 많은 컬렉터 중,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작가의 미래와 전망을 내다보며 발전 가능성에 투자하는 개념을 가진 이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과감하게 투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자주는 일어나지 않을 판타지같은 이야기고, 현실적으로 장르 별 평균치, 작가로서의 이력으로 따진 나의 위치와 작품에 들인 시간 등을 종합해 계산해 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
원화의 경우엔 호당 --원 이라는 대략적인 기준가가 있기는 한데 그 외 장르에는 특별히 그런 것들이 널리 알려져있지는 않은 듯 하고, 사진은 원화의 70% 정도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그것도 통용된 이야기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어떤 곳에선 원화 사이즈로만 봤을 때 100만원이 넘을 크기를 가진 사진에 10만원을 제시하는 경우도 봤기 때문에... ㅎㅎ 아무리 팔리는 게 감격스럽고, 신진 작가라는 위치가 있더라도 최소한 재료 값과 시간에 대한 노동을 0에 가깝게 계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재료비를 배제한 설정은 예술계의 미래와 작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지양해야 한다.
아무튼, 그래서 작품가를 정할 때 또 한 가지 따져봐야 할 것이 에디션 넘버다.
만약 나의 그림이 30만원이라고 치자.
30만 원짜리 작품이라도 에디션이 10장인지, 1장뿐인지에 따라 희소성과 작품가가 갖는 무게가 달라진다.
또한 에디션은 팔릴 수록 가치가 올라가며, 작품가에도 상승 여지가 생긴다.
처음에 정할 때부터 이 흐름을 염두에 두는 게 좋다.
에디션 넘버는 5-30까지 다양하다. 물론, 이 넘버를 벗어나는 에디션도 많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거다. 평균치는 평균치일 뿐이니 결국 모든 결정은 작가에게 달렸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평균값은 참고하되, ‘많은 이에게 퍼지길 원하는지, 소수에게 깊게 다가가길 원하는지’에 대한 작가 자신의 방향성이 중요한 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전시 이력과 수상 경력, 판매 경험이 쌓이기 시작하면 에디션 수를 낮추고, 그만큼 값은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보인다.
내가 정하는 에디션과 작품가는 결국 '내 작업이 지닌 감정의 밀도와 희소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찍으면 희소성이 떨어지고, 너무 조금이면 부담이 오를 수 있어 항상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이 바로 에디션 넘버에 대한 결정이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에디션과 작품가 모두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그 기준은 계속 변화하겠지만, 지금 이 시점의 선택은 분명히 다음 전시나 활동에도 영향을 줄 거다.